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이다.

남자의 옷장이 아이패드 전체 무료 앱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된 사건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어플리케이션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

그저 사람들이 아이템을 선택해 상세 설명을 보고, 관련된 이미지를 보는 게 전부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마그나랩을 통해 사람들에게 얻고자 했던 것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깊게 고민한 UI도 아니고, 여러 후보 중에서 선택한 색깔도 아니다. 화면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간단해 Flow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아이콘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유료 이미지를 사서 그대로 사용했고, 몇 안되는 다른 이미지들은 그냥 내가 포토샵으로 만들었다. 글자 크기는 그냥 적당히 봐가면서 보기에 괜찮은 사이즈를 선택했고, 글씨체는 아무 고민 없이 시스템 기본 폰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앱을 설치했고, 긍정적인 리뷰를 남겨 주었다.

그 동안 마그나랩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쓰기 쉽고, 우리가 원하는 액션을 더 많이 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어떤 색깔을 선택해야 서비스 컨셉과 잘 어울릴 것이며, 글씨 크기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을까로 많은 논쟁을 벌였다. 아이콘과 스플래시 화면을 정하는 것은 서비스의 다른 화면을 디자인하는 것과 맞먹는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왜 써야 하며, 사람들은 이 서비스를 정말 원할까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게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새로운 앱을 발견하면 앱을 켜서 버튼을 몇 번 눌러 보아 어떤 앱인이 파악한 후 재미가 없으면 앱을 지운다. 가입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스크린샷 만으로 어떤 앱인지 판단한다.

 

버튼 모양도, 색깔도, 폰트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뭘 하는 앱인가’이다.

내가 필요한 것, 내가 원했던 것, 내가 재미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게 만족된다면 다른 건 참아줄 수 있다.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

흔히들 스타트업은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꾸겠다는 큰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뜻 같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스타트업의 첫 번째 목적은 아니다.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역시 최대의 목적은 비즈니스를 통한 이윤 창출에 두어야 한다. 회사에 이익이 있어야 존립할 수 있고, 회사가 가진 비전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꿈과 비전을 가졌다 한들 이것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가 없으며, 따라서 그 기업이 가진 비전은 의미가 없어진다.

간혹 아무런 이윤도 창출하지 않지만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다 보면 투자 유치를 진행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을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투자를 유치한다 해도 그 투자금으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 것일 뿐이며, 다른 회사에 매각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매입사에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결국에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비전을 가져야 기업이 살아 남는 게 아니라 기업이 살아 남아야 기업의 비전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전을 세우거나 미션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자신들의 비전과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이며 목적이다.

P.S.

사회적으로 악한 기업이나, 단순히 돈만 버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선 순위에 대한 이야기이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Generalist vs Specialist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CSS와 HTML도 할 줄 아는 디자이너, Photoshop과 Illustrator를 다룰 줄 아는 개발자.

HTML은 커녕 자신의 디자인 산출물에 대한 레이아웃 가이드도 제대로 못하지만 디자인 실력은 좋은 디자이너, 다룰 줄 아는 이미지 편집기라고는 그림판 뿐이지만  실력은 좋은 개발자.

 

스타트업에서는 직무 구분을 뚜렷하게 하기 어렵다. 물론 디자이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직접 디자인을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차하면 개발자가 직접 포토샵으로 이미지 파일을 수정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을 고용할 자금도 부족할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사람은 제너럴리스트일까, 스페셜리스트일까.

물론 최선은 제너럴리스트이면서 스페셜리스트인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뿐.

 

나는 스타트업에서 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너럴리스트는 일반적인 인력 여러 명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스페셜리스트는 일반적인 인력 여러 명이서 함께 일을 한다고 해도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는 보통 사람 몇 명이서 할 수 있는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제너럴리스트가 할 줄 아는 것은 해당 전공을 이수한 대학생 인턴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자주 찾아 온다. 별의 별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일들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전담 인력을 고용할 수는 없으니, 제너럴리스트는 이럴 때 하늘에서 내려 온 동앗줄과 같은 존재가 된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제너럴리스트이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나쁠 것 없다. 하지만, 굳이.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디자이너에게 남는 시간이 생겼을 때, 경영자라면 디자이너에게 어떤 기회를 주어야 할까? HTML과 CSS를 배울 수 있는 기회? 디자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

난 당연히 디자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기회일 뿐이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학에도 수확 체감의 법칙이 존재하듯 본인의 핵심 역량일 수록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장하는 폭은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반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학습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스페셜리스트와 보통 사람과의 차이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그 크지 않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시행 착오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했던가. 끊임 없는 노력 만이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방법이다.

 

 

내가 원하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것

요즘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면 사람들이 내게 돈을 지불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원하는 일일까, 사람들이 원하는 일일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사용자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통찰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잡아내 그것을 서비스를 만든다. 이 단순한 문장을 실천하는 게 너무나도 어렵다.

사용자는 변덕스럽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서비스를 기획할 때에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지 말고 밖으로 나와 사용자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자주 이것을 잊고 그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드는 것 같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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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있어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있어서 아름다운 디자인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다.

그것은 어플리케이션이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를 사용자가 더 쉽고,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아름다움이 디자인의 목적이 아니란 것이다.

아름다움이 목적인 것은 예술이다.

디자인은 핵심 가치를 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더 편리하고 더 쉽게,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목적이 없이 단지 아름답다는 이유 만으로는 디자인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희박해진다.

또한, 디자인으로 인해 목적한 것이 더 어럽고 불편해져서도 안된다.

 

핵심 가치가 없는 어플리케이션은 존재 가치가 희미해진다.

하지만 디자인이 아름답지 않다고 어플리케이션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지는 않는다.

어플리케이션은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아름답고, 쉽고, 편리하게 제공해 줄 때 비로소 존재 가치가 극대화된다.